[취재후]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누가 뭐래?’ vs ‘체벌은 학대’

입력 2019.11.21 (11:45) 수정 2019.11.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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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는 아이를 때려도 되는 것일까?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내 아이, 과연 때려도 될까? 나도 맞으면서 컸고 잘못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할 때 매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의견과 체벌은 학대이자 폭력으로 때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매년 11월 19일은 UN이 정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19일부터 일주일간은 아동 학대 예방 주간으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권리 존중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올해의 경우 국내 어린이 단체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엄마, 아빠의 자녀 체벌 근거로 거론되는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삭제였습니다.

▲ 민법 915조(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올해 6월 이 민법 915조 삭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 조사를 한 결과 53.2%가 찬성했습니다. 44.8%는 반대했습니다. 가정 내 체벌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지만, 아이 훈육에 매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인정…"훈육 위한 아이 체벌 가능"

그렇다면 민법 915조에서 말하는 친권자의 징계권이란 무엇일까. 권오훈 변호사는 이 조항에 대해 "자녀를 보호하고 부양하는 친권자가 자녀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위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이의 건전한 인격 형성이란 목적을 위해서라면 체벌도 가능하단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이를 넘어서는 체벌은 형법과 아동학대 특례법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또한 "법 조항 문구에서 '징계'라는 부분이 오도돼 자녀를 학대한 친권자들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 대한 체벌 부모의 분노 조절 어려울 때 이뤄질 가능성 커"

다시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아무리 타일러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될 때 부모는 아이를 때릴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아동문제 전문가들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체벌은 아이들에게 그 순간을 모면해야 하는 매우 부당한 상황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맞는 순간에는 말을 잘 듣는 척할 뿐, 아이의 문제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체벌 강도는 더 세지고, 이런 체벌에 아이가 자주 노출될수록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도 공격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체벌은 사실상 부모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이뤄지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부모의 화풀이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자신의 화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터져나올 때 훈육을 가장한 체벌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3개 어린이 단체 'Change 915' 캠페인…3만 명 넘게 서명 참여

과연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3개 어린이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함께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에 이 3개 단체는 민법 915조를 삭제해달라는 'Change 915' 캠페인을 펼쳐왔고, 3개월 동안 온라인 상으로 3만 2천여 명이 지지 서명을 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어떠한 체벌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스웨덴 등 57개 나라에서 어린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엄격한 훈육을 강조해온 프랑스에서도 이른바 '엉덩이 때리기 금지법'이 올해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학대방지법 등의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민법 915조 삭제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은 다양합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삭제를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삭제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반면 정치권은 당연히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일고 있는 민법 915조 삭제 운동 'Change 915' 캠페인. 아동학대 예방 주간을 맞아 다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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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누가 뭐래?’ vs ‘체벌은 학대’
    • 입력 2019-11-21 11:45:28
    • 수정2019-11-21 13:42:32
    취재후·사건후
엄마·아빠는 아이를 때려도 되는 것일까?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내 아이, 과연 때려도 될까? 나도 맞으면서 컸고 잘못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할 때 매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의견과 체벌은 학대이자 폭력으로 때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매년 11월 19일은 UN이 정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19일부터 일주일간은 아동 학대 예방 주간으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권리 존중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올해의 경우 국내 어린이 단체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엄마, 아빠의 자녀 체벌 근거로 거론되는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삭제였습니다.

▲ 민법 915조(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올해 6월 이 민법 915조 삭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 조사를 한 결과 53.2%가 찬성했습니다. 44.8%는 반대했습니다. 가정 내 체벌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지만, 아이 훈육에 매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인정…"훈육 위한 아이 체벌 가능"

그렇다면 민법 915조에서 말하는 친권자의 징계권이란 무엇일까. 권오훈 변호사는 이 조항에 대해 "자녀를 보호하고 부양하는 친권자가 자녀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위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이의 건전한 인격 형성이란 목적을 위해서라면 체벌도 가능하단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이를 넘어서는 체벌은 형법과 아동학대 특례법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또한 "법 조항 문구에서 '징계'라는 부분이 오도돼 자녀를 학대한 친권자들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 대한 체벌 부모의 분노 조절 어려울 때 이뤄질 가능성 커"

다시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아무리 타일러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될 때 부모는 아이를 때릴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아동문제 전문가들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체벌은 아이들에게 그 순간을 모면해야 하는 매우 부당한 상황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맞는 순간에는 말을 잘 듣는 척할 뿐, 아이의 문제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체벌 강도는 더 세지고, 이런 체벌에 아이가 자주 노출될수록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도 공격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체벌은 사실상 부모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이뤄지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부모의 화풀이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자신의 화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터져나올 때 훈육을 가장한 체벌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3개 어린이 단체 'Change 915' 캠페인…3만 명 넘게 서명 참여

과연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3개 어린이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함께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에 이 3개 단체는 민법 915조를 삭제해달라는 'Change 915' 캠페인을 펼쳐왔고, 3개월 동안 온라인 상으로 3만 2천여 명이 지지 서명을 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어떠한 체벌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스웨덴 등 57개 나라에서 어린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엄격한 훈육을 강조해온 프랑스에서도 이른바 '엉덩이 때리기 금지법'이 올해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학대방지법 등의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민법 915조 삭제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은 다양합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삭제를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삭제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반면 정치권은 당연히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일고 있는 민법 915조 삭제 운동 'Change 915' 캠페인. 아동학대 예방 주간을 맞아 다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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