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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변비 심한 아이, '선천성 거대결장' 의심해야

송고시간2017-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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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동 담당 '부교감신경세포' 이상이 원인

제때 치료 안 하면 ⅓은 성인 만성 변비로 악화

(서울=연합뉴스) 정재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 = 변비는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어린이 환자의 약 7%를 차지할 정도로 어린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유식을 처음 먹기 시작할 때나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할 때 등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생기기 쉽다. 하지만 변비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3분의 1 정도는 만성 변비로 발전해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할 수 있다.

대부분 변비는 특별한 원인 없이 대장의 운동기능 장애로 생기는 기능성 질환이다. 이들 변비 환자의 약 80%는 약물치료로 증상이 좋아지지만 약 20%는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적고 심한 변비가 계속된다. 이럴 때는 타고난 몸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선천성 거대결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질환을 앓으면 아이가 잘 먹지 않고 체중 증가나 키 성장이 또래보다 늦다. 만성적으로 복부 팽만이 있으면서 변을 잘 못 보고 자주 지린다. 소장결장염까지 함께 생기면 변비와 설사가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열이 나면서 탈수나 패혈증에 빠지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만 1세 아이의 복부 CT 이미지. 대장에 대변이 가득차 있다.
만 1세 아이의 복부 CT 이미지. 대장에 대변이 가득차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선천성 거대결장은 장의 운동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세포의 문제로 생긴다. 부교감신경세포는 태아 시기에 장기가 형성될 때 입에서 항문까지 이동하면서 분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세포의 이동 과정에 문제가 생겨 부교감신경이 장의 어느 부위에 멈춰버리면 그 아래쪽에는 신경세포가 도달하지 못한다. 이렇게 신경세포가 자리잡지 못한 부위는 결국 운동기능을 상실하고, 변을 배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증상이 심하면 대개 태어난 지 24시간 이내에 변(태변)을 배출하지 못하고 복부 팽만이나 녹색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신생아 때 제대로 진단되지 않은 경우에는 영유아 시기에 심한 만성 변비가 나타나고, 거대한 대변 덩이가 대장에 가득 찬 상태에서 진단받는 경우도 많다.

선천성 거대결장을 앓으면 신경세포가 없는 장 부위는 이완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늘어나지 않고 신경세포가 있는 결장에만 대변이 정체돼 장이 커지면서 거대결장이 된다. 대부분은 S자 결장이나 직장에 신경세포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이곳에만 국한되는 병은 아니다. 심하면 전체 대장과 소장까지 신경세포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장에 문제가 생기면 장이 정상보다 매우 짧은 '단장증'(短腸症)이 생기게 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진단은 대장조영술이나 항문직장내압검사 등으로 장의 형태와 운동성을 검사하고 직장 조직검사 결과로 최종 진단을 내린다.

대장조영술로 확인된 좁아진 직장(노란색 원)의 모습.
대장조영술로 확인된 좁아진 직장(노란색 원)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대장조영술을 하면 좁아진 직장과 늘어난 대장을 관찰할 수 있다. 이때 넣은 조영제가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을 때는 장의 운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항문직장내압검사는 항문 조임근의 긴장도, 직장의 용적과 감각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직장에 풍선을 팽창시켜 내부 압력을 높이면 변이 가득찬 것 같은 상태가 된다. 이때 정상이라면 항문 이완운동이 일어나면서 압력이 떨어지지만, 거대결장은 항문 이완운동을 하지 않아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조직검사는 신경세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치료는 신경세포가 있는 장을 항문까지 내려 정상적인 배변이 이뤄지게 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먼저 대장을 가득 채운 대변 덩이를 관장하고 여러차례 다량의 식염수로 씻어내 완전히 제거한 뒤 수술한다. 수술법은 장루를 만드는 과정 없이 한 번에 복강경 수술을 한다. 이 방법은 상처 부위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완치율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루를 만들어 경과를 본 뒤 수술을 하거나, 개복수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 시기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어리다고 무조건 수술을 피하면 오히려 성장·발달을 해칠 수 있다.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

정재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
정재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 정재희 교수는 1995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태아치료센터에서 연수하고,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중환자실 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교수는 선천성 기형과 소장이식 등 신생아와 소아외과 수술의 권위자다. 2014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여성과학자 국책과제를 맡아 'hIGF-1 유전자의 태반 내 전이가 선천성 횡격막탈장에서 폐형성저하증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0년에는 국제태아의학 및 수술학회에서 우수연제상을 받았다. 현재 대한소아외과학회 섭외홍보이사,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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