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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미래 고임금 일자리를 위해선 협동심 길러줘라'

송고시간2015-10-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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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밍 하버드대 교수 `사회적 기술 가지면 로봇에게 일자리 안 빼앗긴다'美 80년대이래 사회적 기술 고용 늘고 인지적 기술은 고용은 최상위 빼고 감소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인간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자녀가 연봉이 높은 좋은 일자리를 잡고 유지할 수 있게 준비시키는 비결은?

`자녀의 미래 고임금 일자리를 위해선 협동심 길러줘라' - 2

유치원 다닐 때처럼 친구와 사이좋게 놀고 협동·협력을 잘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데이비드 데밍 교수가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시사했다.

교육·경제학 전공인 데밍 교수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소인 미국경제조사소(NBER)를 통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980년대 이래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연구와 다른 학자들의 선행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론 내렸다.

그가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기술의 점증하는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강조한 '사회적 기술'은 한마디로 팀원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현대 노동시장에선 어느 분야, 어느 수준에서든 팀별 협업이 강조되는데, 팀 내에서 각자의 강점을 교환하며 협력하는 능력이 부족할 경우 팀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 갈등 조정에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에 따라 자신의 대응을 조정하는 사회적 기술은 2000년대 초 유행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나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이라는 말과도 상통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역지사지'의 능력이라고 데밍 교수는 설명하기도 했다.

수학, 과학, 외국어 같은 '복잡한' 인지적 기술(cognitive skills)에선 로봇이 급속히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단순해 보이는' 인간 상호작용은 아직 로봇이 흉내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시대 인간 일자리의 희망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작업장의 팀 내에서 일어나는 인간 상호관계와 같은 "비기계적인 상호작용이야말로 기계에 대해 인간이 가진 우위의 핵심"이라고 데밍 교수는 강조했다.

메딩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도덕적 당위론이 아니라,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 양상을 분석한 데 따른 실제 경험적 결론이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모델을 통해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80년대 이래 거의 모든 일자리 성장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술을 요하는 직종에서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임금 면에서도 수학이나 과학지식과 같은 인지적 기술을 포함해 임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를 통제해도, 사회적 기술이 임금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그가 현대 일자리에서 인지적 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임금 변화 추이를 보면 인지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상호 보강 작용을 하며, 그 상호보완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술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고 교육이나 공공정책이 사회적 기술의 습득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선 이번 보고서가 답하지 않았다.

데밍 교수는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의 '페리유치원(Perry Preschool) 실험 결과 등을 들어 생애 초기단계인 영유아기 교육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쳐 성인의 사회적 기술도 좌우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페리유치원 실험은 1962년부터 67년까지 디트로이트시 외곽의 페리유치원에 다니는 빈곤 흑인가정의 3-5세 어린이 120여 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성실성, 자제력, 사회성 등을 강화하는 교육을, 다른 그룹엔 전통적인 인지적 교육을 2년간 실시한 후, 이들의 40년 성장 과정을 추적한 결과 전자에 속했던 아이들의 사회적 성취도나 행복감, 소득 등이 높게 나타난 것을 말한다.

협동, 친구들과 갈등 해결, 자기통제 등에 특히 중점을 둔 페리유치원 실험처럼 최근의 여러 다른 장기관찰 연구에서도 "유치원에서의 사회감성적 기술 측정치와 취업, 소득, 건강, 범죄율 등 청년기의 결과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발견됐다"고 데밍 교수는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전통적인 인지적 기술 위주로 교육하더라도 영유아기 때 읽기나 셈보다는 사회적 기술들을 익히도록 하는 게 2-3년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결론이 아직은 추론 수준"이라며 성인 노동시장에 대한 사회적 기술 개발의 영향은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데밍 교수가 보고서에서 밝혀낸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1980년대 이래 어떠한 임금 수준에서든 고도의 사회적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도의 인지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양자를 요구하는 일자리의 고용과 임금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반면, 기계적인 작업을 하는 하위기술 직종은 1980년대부터, 중위기술 직종은 90년대부터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하다가 2000년부터 2012년 사이엔 상위 20%의 기술 직종을 제외한 80% 수준까지 고용 감소가 나타났다. 상위 20%의 기술 직종에서도 고용이 증가하긴 했지만 90년대에 비해선 성장이 둔화했다.

데밍 교수의 보고서는 또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반가워할 결론도 내놓았다. 1980년대 이래 노동시장에서 남녀 성간 격차가 좁혀진 데는 사회적 기술 면에서 여성의 장점이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인지적 기술은 로봇에 맡기고 인간 노동력에는 사회적 기술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는 추세에서 여성이 유리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종종 남성들에 대해 '수컷들의 쓸모없는 경쟁심리'라고 경멸조로 말하는 데는 현실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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